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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의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글을 읽다가

너무 감동적이여서

가져왔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가난한 부부를 위한 어느 레스토랑의 '007작전'

행색이 남루한 부부, 그 손을 꼭 쥔 며칠을 못 씻은 듯 보이는 아이 두명. 한참을 망설이던 이들은 쭈뼛쭈뼛 패밀리레스토랑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치 ‘우리가 이곳에 들어가도 되느냐’고 허락을 구하는 듯 보였죠.

아내는 조금 긴장한 눈치였습니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는 당최 떨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이런 곳에 처음 와보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부비며 자연스러워 보이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모두 가진 듯 보였지만 ‘신난다’고 소리치며 방방 뛰지 않았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래서는 안되는 공간임을 느꼈을테죠.

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환경. 최고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름있는 레스토랑이었습니다. 고풍스러운 조명 불빛이 실내를 가득 채웠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습니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한 직원은 물과 메뉴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아내는 황급히 메뉴판을 닫고 남편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여보 나가요. 너무 비싸요”

남편은 아내를 토닥였습니다. 꼭 데리고 오고 싶었다고. 우리도 결혼기념일에는 분위기 좀 내야하지 않겠느냐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이날은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결혼 서약을 하며 “호강시켜주겠노라” 장담했던 남편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아내에게, 두 아이에게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이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메뉴판을 둘러본 뒤 조용한 목소리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이 모든 광경을 레스토랑 전 직원에게 알렸습니다. 가난한 부부의 결혼기념일, 그 순간을 위해 주방은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절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하지만 분주한 이벤트를 마련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점장을 포함해 주방장까지 합세한 007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이들이 주문한 스테이크는 4명이 먹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주방장은 묵직한 고기를 몇 덩이 더 넣어주었습니다. 또 기본 샐러드대신 추가 비용을 더 내야 먹을 수 있는 멕시칸 샐러드를 내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음료는 언제든 더 마실 수 있게 했고, 기념일에 빠질 수 없는 와인도 함께 제공했죠.

푼돈을 모으고 모아 가족에게 맛있는 것을 먹일 수 있다는 상상에 내내 설렜을 남편. 걱정하면서도 만면에 행복을 담은 채 인생 최고의 결혼기념일을 보냈을 아내. 내일 학교에 가서 자랑할거리가 잔뜩 생긴 두 아이. 그 마음을 레스토랑직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점장은 마지막 서비스로 남편이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결혼기념일 선물을 아내에게 건넸습니다. 명품 립스틱이었습니다. 부부에게는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말해주었죠.

레스토랑 직원들은 행복해하던 가족을 보며 도리어 “우리가 좋았다”고 말합니다. 이 가족이 또 언제쯤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레스토랑 직원들은 언제든 이 가족이 다시 찾는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을 두 손 가득 쥐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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