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2. 재영의 방

 

재영은 방에 들어와 책상위에 서류를 올려놓는다.

뒤따라 들어온 미주는 엉거주춤 서 있다.


재영 :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뒤돌아보면서) 거기 앉아요.

미주 : 예 (소파에 앉는다)

재영 : 이게 어디 있더라... (책상 서랍을 열어) 아, 여기 있군.


재영은 서류철 한 개를 꺼내 들고 미주에게 다가가서 서류철을

건네준다.


재영 : 의뢰인 만나기 전에 2년 동안 만났던 여자에 대해 알아보니

          하나같이  돈이 있는 부류들만 만났고 집안에 돈도 많이

          따지는 것 같더라고요.

미주 : 예에.

재영 : 그래서 의뢰인에게 좀 더 처절하게 사는 모습을 강조해주면

         좋겠거든요. 그... 그게 (뭐가 생각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면서) 아!  아버지가 폐인으로 나오는 거 어때.

         그래서 남자에게 행패까지 부리는

        (혼자 손뼉 치며 좋아하면서) 괜찮지.

미주 : 네에. 


미주는 서류만 쳐다 본체로 짧게 대답만 한다.

재영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미주를 바라본다.


재영 : (갑자기 큰 소리로) 이미주씨!

미주 : (깜짝 놀라며) 네! (고개를 들어 재영을 본다)

재영 : (웃으면서) 그래. 그렇게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해야지.

미주 : (얼굴이 빨개진다) 아~. (다시 고개가 숙여진다)네.

재영 : 아! 또 고개 숙인다.


재영은 소파 끝부분으로 옮겨 앉아 양손을 뻗어서 미주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는다.

미주는 갑작스러운 재영의 스킨십에 놀라지만 가만히 있다.

재영은 미주의 얼굴을 손가락을 쫙 펴서 크게 잡고는 고개를

올려놓는다.


재영 : (미주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이렇게 얼굴을

        들고  말을 해봐요.

미주 : (눈이 동그래진다) ...

재영 : 어서, 말해 봐요. 날 쳐다보고

미주 : (얼굴이 잡힌 채로 약간 미간을 찌푸리면서) 무. 무슨 말을 해요.

재영 : (머쓱한 표정으로) 어. 그러니깐. 그게.

미주 : (재영의 손을 치우면서) 전.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재영 : (자신도 멋쩍어서) 그래요. (나가는 미주를 향해) 하여튼 앞으로

       내 얼굴 바라보면서 말하지 않으면 나도 절대 말 안 할 거예요.


미주는 방문을 열고 나간다.


 
 

#13. 재영 방 문 앞

미주 문에 기대 선채로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지나가던 철순.


철순 : 여보세요. (얼굴을 미주 얼굴에 갖다 대면서) 뭐해!

미주 : (눈을 뜨자 깜짝 놀라면서) 엄마야

철순 : 내가 왜 니 엄마야.

미주 : 놀랐잖아요.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해요.

철순 : 괜히 화를 내. 난 그냥.

선희 : 두 분 뭐하세요. 실장님께 무슨 볼 일 있으세요.

철순 : (선희 목소리에 활짝 웃으면서 공손한 어투로) 아닙니다. 전 다음

       기획안을 위해 준비할게 있어서.

선희 : 그러세요. 그럼 (옆을 지나간다)

철순 : 어디 가시나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선희 뒤를 따라간다)

선희 : 아니요. 하시던 일 하시지요


철순이 선희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미주는 그 자리를 피한다. 책상위에

서류를 올려놓는다. 서류에는 “프로젝트 34. 슬램가” 라고 쓰여 있다.


#14. 허름한 산동네 집 (같은 날 오후)

 

한 산동네 허름한 집. 팀원들이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배우들에게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팀원들은 본부 센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재영이 시계를 보면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이때 무전기에서 “34번 슬램가. 목표가 들어옵니다.” 라는 소리가 들린다.


#15. 산동네 집 마당

 

삐거덕 소리가 날 정도로 삐뚤어진 철문을 열고 의뢰인 여자와 목표물인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는 허름한 집을 한번 둘러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여자도 어색한 모습으로 집 안으로 들어온다.

방문이 열리고 나름대로 차려입었지만 촌스럽기 그지없는 옷차림의

엄마가 나온다. 그 뒤를 몇 명의 아이들이 뒤따라 나온다.

남자는 손에든 과일 바구니와 꽃다발을 건네며 엄마에게 인사를 한다.

이어 엄마는 아이들에게 건너 방에 들어가게 하고 남자와 여자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부엌에 들어간다.


#16. 본부 센터

 

여러 개의 모니터에 안방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다들 조용한 가운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재영 : (낮은 소리로) 엄마에게 약간 더 편안하게 보이도록 연기하라고 전해.

시현 : 예.. (무전기에 대고 작게) 엄마. 엄마. 들리세요.

철순 : 부엌에 카메라 설치 안했니. (얼굴을 찡그려 본다)

예찬 : 했어요. (종이를 들춰보다가) 12번 카메라에요.

철순 : 12번이라 (12번 버튼을 누르자 왼쪽 아래 모니터의 부엌화면이 뜬다)

       과일이 너무 많은 거 아냐. 가난한 집이랑 안 어울리지 않아.

선화 : 그게 너무 빈약하게 하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서.

재영 : 그래. 그런 걸로 티 나게 가난한 척 할 필요 없지. 과일정도로.

시현 : (무전기에 대고) 엄마 들어갑니다.


#17. 안방

 

엄마가 상을 들고 들어선다.

남자는 여전히 표정이 못마땅하다.

엄마 : 집이 누추해서 어쩌나?

남자 : (어색한 표정으로) 뭐. 괜찮습... 니다.  별로...

여자 : 승훈씨가 오고 싶다고 했어요. 내가 우리 집 꼭 가고 싶냐고 했더니

       (방안을 둘러보며) 장모님한테 빨리 인사드려야 한다면서.

엄마 : (웃으면서) 그랬어. 장모라니. (손으로 입을 가리며 크게 웃는다)

       그래. 수아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결혼할거면 하루라도 빨리

       보고 가족같이 지내야지.

남자 : (그냥 멋쩍게 웃는다) 네. 그렇죠...

엄마 : 근데. (머뭇거리다가) 저 그게 우리 집이 솔직히 넉넉하지 못해서

      우리 수아 시집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여자 : (친한 척 남자 어깨를 치면서) 승훈씨가 다른 거 다 필요 없다고

      나만 있으면 다른 거 다 없어도 된다고 했어. (남자를 쳐다보며) 그치.

남자 : (여전히 어설프게 웃기만 한다) 아.. 예에~ 허허허

엄마 : (남자의 손을 덮썩 잡는다) 그런가... 그럼 그냥 올해 안에 결혼식

      올리도록 하게나.

남자 : (깜짝 놀라면서) 올,올...올해요. 그건.

여자 : (가만히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엄만... 올해라고 해도 석 달도

       안 남았는데.

엄마 : (혼내듯) 이것아. 우리 형편에 너라도 빨리 시집가야 동생들 키우는데

      도움 되지. (다시 남자를 보면서) 자네도 보듯이 우리가 힘들게 살아.

      얘가 큰딸이니 빨리 결혼해서 자네가 좀 도와줘야겠네.

남자 : (할 말이 없는 듯 한숨을 내쉰다) 휴~.


#18. 본부

 

모니터를 보던 철순이 남자의 모습을 보고 고소하다는 듯이 웃는다.


철순 : 하하하. 고놈 얼굴 봐라... (모니터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서)

      완전히 똥 씹은 표정..

선화 : 어쩜 그렇다고 저렇게 티를 내야. 그냥 어이없다는 모습이네.

철순 : 그렇지. 돈 많은 여자 꼬셨다고 좋아하다 산동네 와서 이게 뭔

       (웃으면서) 당황스러운 시추레이션이겠어...

재영 : 조용히 하고 (박PD에 어깨를 치면서) 바로. 아버지 투입시켜..

철순 : 알았어. O.K


#19. 안방

 

남자는 여전히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쳐다본다.

이윽고 밖에서 요란한 술 취한 사람의 노래 소리가 들리고 뭔가 쨍그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 (인상을 쓰면서) 저 화상. 들어오지 말고 술 쳐 먹으라고 했더니.


엄마가 밖으로 나가면서 이렇게 떠들자 남자는 어리둥절해 한다.


여자 : (귀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듯 끄덕이고) 승훈씨, 이만 우리 가요.

남자 : (엉거주춤 여자의 손이 이끌려 일어나면서) 응. 그래.

여자 : (큰 소리로) 아빠가 술 드시면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조심해.


남자는 황당해 하며 여자를 따라 나선다.


# 20. 집 마당

 

엄마는 아빠가 무언가를 집어던지려는 것을 막고 있다.

여자와 남자가 안방에서 나오자 집어던지려던 것을 멈춘 아빠가

잠시 취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 역시 멀뚱하게 아빠를 쳐다본다.


아빠 : (술 취한 목소리로) 넌, 누구냐?

엄마 : 알거 없어.

아빠 : 아니 이년이. 어디서 (물건을 여자에게 던지려한다). 뭐라고.

엄마 :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이 인간아. 술 먹고 왜 행패여.

아빠 : 이 여편네가 미쳤나. (다른 손으로 엄마를 잡아 밀쳐 넘어뜨린다)

엄마 : (쓰러졌다가 바로 일어나서) 그래. 니 딸하고 결혼하려고 온 사위

      앞에서 잘한다. 장인 될 사람이 맨날 술 먹고 마누나나 패고.

아빠 : 아니 이게...(물건을 던지려는 듯 자세를 잡는다)

엄마 : 지겨워 죽겠어. 이제...

아빠 : (물건을 슬며시 내려놓으며) 이놈의 여편네가 어디서 소리를 질러대.

       (슬그머니 남자에게 다가와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네 놈이

       수아하고 결혼한다고. (위 아래로 살펴보다가) 그래, 언제 할 건데.

남자 : (당황하면서) 그게. 결혼... 하는 게 아니고요.

아빠 : 뭐 (화를 내면서) 결혼을 안한다고..

남자 : 아니. 저... 안한다는 게 아니고

아빠 : 이 자식이 (때릴 듯 씩씩거리며) 여자를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남자 : 아~..아.아무짓도 안했는데 (여자를 바라본다)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건드리긴 무슨.. 내가 뭘 했다고.


여자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남자를 붙잡는다.


여자 : (남자를 잡고) 승훈씨 이만 가요. (바로 끌고 나간다)

남자 : 어. 그래. 그러자구. (여자에게 이끌려 나가면서 뒤도 안돌아본다)


뒤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오히려 남자는 여자가 이끄는 것 보다

먼저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간다.


# 21. 본부

 

분주하게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서류와 장비를 챙기고 있다.


재영 : (시현을 보면서) 우리 먼저 카페로 갈 테니깐 뒷정리하고 잘하고.

       연기자들 잘 챙기고. 알았지.

시현 : 네. 걱정마세요. 장사 하루 이틀 합니까.

재영 : (가방을 어깨에 걸쳐 메고는) 자! 이동하자구 (철순을 보고서)

       카페팀에 연락했지.

철순 : 응. 했지.

재영 : 가자

 

'글쩍글쩍 시나리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컨설턴트...5  (0) 2017.11.10
이별 컨설턴트...4  (1) 2017.11.09
이별 컨설턴트...3  (0) 2017.11.02
이별컨설턴트...1  (0) 2017.10.31
시나리오 - 이별컨설턴트  (0) 2017.10.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