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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의실 밖

 

재영은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아이들을 찾아본다.


선희 : 허락 없이 팀장님 방에 일단 있게 했습니다.

(고개 숙이며)

재영 : 아니. 잘했어요. 아이들만 있나요.

선희 : 이 작가님이 데리고 있습니다.

전 마실 것 좀 준비하러 나왔습니다.

재영 : 그래요. 그럼 (재영이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35. 재영의 방

 

재영이 방으로 들어온다.

미주는 양쪽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어깨를 감싼 채 다독거리고 있다.

재영은 그런 미주 건너편에 조용히 앉는다.

어느 정도 울음이 멈춘 여자 아이가 재영에게 말을 한다.

 

남자아이 : 아저씨가 사장이에요.

재영 : 아니. (난감한 표정으로) 아닌데.

남자아이 : 그럼 누가 사장이에요.

재영 : (약간 머뭇거리다) 그게... 근데 왜...

남자아이 : 사장님께 부탁하려고요.

재영 : (웃으면서) 사장님한테 부탁 안 해도 돼. 옆에 있는 언니가 허락하면

      다 할 수 있어. (미주를 가리키며) 이 언니가 제일 높거든…….

미주 : (놀라면서)뭐. 뭔 말이에요. (아이들을 보며) 아니야. 

여자아이 : 언니 (눈물이 고인 눈으로) 엄마, 아빠 좀... 엉엉 (다시 운다)

미주 : (당황한다) 그게 아닌데. (재영을 쳐다본다)

재영 : (당황하는 미주가 우스운 듯 웃으면서) 이 아저씨가 언니한테 잘

       부탁할게 걱정하지 마라. 울지 말고.


재영을 바라보고 있는 미주에 손위에 무언가가 올려 쥐어졌다.


여자아이 : 언니 (동생이 들고 있던 저금통을 미주 무릎에 놓으면서) 이거.

미주 : (재영을 보다가 깜짝 놀라서) 응. 뭐. 이게 뭐니.

여자아이 : 여기 보니 계약금을 내야 한다고 써있더라고요.

재영 : (어이없다는 듯이) 그래. 그런데.

여자아이: 우리도 계약금을 내야 하니깐. 이게 계약금이에요.

미주 : (저금통을 재영에게 건네면서) 이게 얼마인데...

재영 : 열어봐도 될까?

여자아이 : (고개를 끄덕인다)...


재영이 저금통을 열자 동전이 쏟아진다.

10원짜리부터 500원짜리까지 여러 동전이 들어 있다.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얼굴을 찡그리는 미주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감춘다.

심호흡을 하고 아이들의 동전을 모으면서 말을 한다.


재영 : 그래. 이렇게 계약금까지 받았으니 이제 해야겠네. 안 그래. 미주씨.

여자아이 ; (활짝 웃으면서) 정말. 도와주시는 거예요.

재영 : 그건 언니에게 물어보라니깐.

남자아이 : 해주는거에요.. 해줘요, 해줘요, (남자아이가 미주에게 매달린다.

          여자아이도 덩달아 매달린다)


#36. 병원 (같은 날 정오)

 

미주는 아이들의 손을 양쪽으로 잡고 재영은 그런 미주 뒤를 따라간다.

엄마 병실. 여러 명이 쓰는 병실 안쪽에 너무 메말라 마치 난민처럼 보이는

엄마가 코에 호흡기를 낀 채 누워 있다. 그 옆을 매우 지친 모습의 수염도

거칠게 자라 야위어 보이는 아빠가 힘들어하는 엄마를 쳐다보고 있다.

 

아이들이 미주의 손을 놓고 침상으로 뛰어간다. 아빠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아빠가 화를 내면서 아이들의 엉덩이를 때린다.

여자아이가 울고 옆에 있던 남자아이도 따라 운다.

재영이 황급히 다가가 남편을 말린다. 재영은 남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미주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조심스럽게 엄마를 쳐다본다.

멀리서 본 것보다 더 말라보이고 아파보인다.


#37. 병원 로비

 

커피를 뽑아온 재영은 남편에게 손을 내밀어 커피를 준다.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커피를 받은 남편은 손에 힘이 없는지

부들거리며 커피를 마신다. 옆에 재영이 앉는다.


재영 : (안경을 고쳐 쓰면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 거죠.

아빠 : 몰라요. 일주일, 아니면 내일...

재영 : (깊이 숨을 쉰다) 시간이 얼마 없네요...

아빠 : (미안한 표정으로) 그냥, 그 광고 보고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한 건데...

       (고개를 숙이며) 우린 지금 병원비 낼 돈도 없어요. 근데 무슨...

재영 : (남편에 어깨를 감싸면서) 걱정 마세요. 돈은 벌써 지불되었어요.

아빠 : (놀라면서) 예! 정말요.

재영 : (웃으며) 그럼요. 아이들이 가져온 저금통이 아주 무겁던데요.

아빠 : (아무 말 없이 웃으면서) 그러지 마세요. 없는 사람은 없이 살아야지.

재영 : 저희 회사가 원래 이번에 10주년 기념으로 무료 컨설팅 이벤트를

      하거든요. 근데 제가 좀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서...

아빠 : (의심스럽지만 좋아하는 표정) 정...정말이요.

재영 : 당연하지요.  그리고 저번에 회사에서 모금해서 모은 돈도 있는데

       그걸로 병원비를 도울 수 있는지도 알아봐야 겠네요.

아빠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영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고마...

      (흐느끼며)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서...

재영 : (남자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니. 왜 이러세요. 일어나세요.


#38. 병실 안

 

아이들과 기다리고 있던 미주는 남편과 재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선다.

아이들은 아빠를 보고는 또 혼날까 싶어 미주 뒤에 숨는다.

아빠는 아이들을 향해 팔을 벌리자 아이들은 그제서야 웃으면서 아빠에게 안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안심한 미주는 재영을 바라본다.

재영은 어깨를 들썩이며 나가자는 표현을 한다.


재영 : 그럼 내일 봐요.

아빠 :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맙습니다.

재영 : 애들아 안녕.

아이들 : 안녕히 가세요.


미주도 손으로 흔들어 인사를 한다.


#39. 사무실 (같은 날 오후)

 

재영은 웅성거리는 분위기를 조용히 시키려 손바닥으로 탁상을 탕탕 친다.


재영 : (팀원들을 둘러보면서) 왜 그래요.


다들 눈치를 본다. 뭐라 말하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

직원들이 철순을 쳐다보며 선동한다.


철순 : (직원들이 눈치에 못 이겨 억지로 일어나면서) 그게 실장아!. 아니

       실장님. 우리가 무슨 자선 단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도무지 납득을.. 아니 무슨...

재영 : (단호하게) 내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철순 : (움찔하더니) 아니.. 그러니깐 회사에서 허락해 주지도 않을뿐더러...

재영 : (말을 자르면서) 다른 분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본다) 먼저 내가 한마디만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철순은 입을 다물고 직원들의 시선이 재영에게 집중된다.


재영 : (입술을 꽉 다물어 보고는 뭔가 결심한 듯 비장한 모습으로) 전 제가

      처음 이별 컨설턴트가 되었을 때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그런데 오늘 아이들을 본 순간 다시 기억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문득 문득 떠난 사람을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죽일 듯이 자신이 미워지고 가슴 아픈 것을 막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모두 조용하다.

      

재영 : (깊은 심호흡을 하고 쭉 한번 돌아본다) 그래서 전 하려고 합니다.

      단 한사람에게 만이라도 진정 그동안 내가 해왔던 가식적인 모습이

      아닌 진심이 간직된 이별을 행복이 존재하는 이별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별을 전해주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절 도와주셔야

      할 수 있는 일이니 (고개를 숙이며) 절 도와주십시오.

미주: (작은 목소리로) 제가 도와 드릴게요.


여기저기서 “저도요” “같이 해야지” “그럼 팀인데” “완전 멋진 작품 만들자고요”

하며 다들 동참하겠다고 한다.

 

철순 :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런 팀원을 둔거 고맙게 생각해.

       (재영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민다)

재영 : (손을 잡으며) 그럼. 무지 고맙지.

철순 : 자. 자. (팀원들을 향해) 당장 내일 떠날 거면  준비할게 얼마나

      많은데 다들 이렇게 한가해. (옆에 직원을 밀치며) 얼른 움직이자구.

직원들 : 네, 알겠습니다.

선화 : 실장님. (주먹을 쥔 손을 흔들며) 파이팅. 

재영 : (주먹을 꽉 지면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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