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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식탁

 

둘은 이야기를 하면서 마신 빈 맥주가 여러 개가 되었다.


미주 : (안주를 집어 들면서) 이 일하시면서 많이 힘드시죠. 

재영 : 그러는 미주는... 안 힘들어.

미주 : 전 그냥. (여전히 다른 곳에 눈을 두면서) 뭐 글로 만드는 것뿐인데  

재영 : 그래. (낮은 목소리로) 난 무지 힘들어..

미주 :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마치 독백을 하듯이) 그래 보여요.

       남들을 갈라서게 하고 아프게 하고 헤어지게 하는 거 힘들거에요.

재영 : (혼자 고개 숙이고 중얼거리는 미주를 보며 살짝 웃으면서)

       아니, 사랑하다 싫어지면 헤어지는 거 당연해. 그걸 도와주는 것

       뿐이지. 구질구질하게 헤어지지 않고 좋은 추억으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이별시키는 일을 하는데 뭐 힘들겠어.

미주 : (재영의 말에 놀라면서)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요. 전 그냥.

재영 : 괜찮아.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고

       비난해도 괜찮아.

미주 : (당황하며) 아니에요. 절대. (손을 흔들면서) 전 그런 생각 안 해요.

재영 : 인생을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몰라. 사랑한다고 좋아 죽다가

      싫어졌다고 헤어지고 그냥 즐길 수 있는 만큼 만나면 될 걸 왜

      그리 사귀고 결혼까지 하고 만나는지. 정말...

미주 : 흠흠. (고개를 숙인 채) 저. 팀장님은 사랑을 안 믿으세요.

재영 : 뭐라고.

미주 : 사랑하지 않으실 거냐고요.

재영 : (생각하는 표정) 뭐. 사랑이 별건가.

미주 : 전.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

재영 : 오!~ (빈 캔을 흔들며)술이 없네. 잠깐. 술 찾아올게.


미주 말을 차마 하기도 전에 재영이 일어난다.

재영이 맥주 캔을 몇 개 더 꺼내 들고 온다.

미주는 여전히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앉아 있다.


재영 : (장난스럽게 인상을 쓰면서) 미주는 어릴 때 약속을 잘 안 지키는

       나쁜 아이였지.

미주 : 네?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무슨...

재영 : 내가 날 바라보고 말하라고 했는데 아까 집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날 쳐다보지 않았어. (미간을 찌푸리면서)

미주 : 아~.

재영 : 그럼 나도 이제 말 안 할거야. 날 바라보면서 말할 때까지.

재영은 거품이 나도록 맥주를 딴다.


# 28. 침대 위 (다음날 아침)

 

미주가 목이 말라 눈을 뜬다.

몸을 일으켜 보려고 돌아누우려 하는데 옆에 누군가 있다. 재영이였다.


미주 : ‘어머. 이게 뭐야’


미주는 어젯밤을 기억해 내려 눈을 감는다.


#29. 침실 (어젯밤 기억장면)

 

-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술을 먹던 재영이 끝내 탁자위에 엎드려

잠든 것을 자신이 겨우겨우 부축해서 침대에 옮겨놓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힘이 들어서 그 옆에 잠시 쉬려고 눕는다.

그러다 자신도 잠이 든다.-


# 30. 침대 위 (현실)

 

눈을 뜨고 머리를 한 대 치고는 자신을 둘러본다.


미주 : (자신을 보면서) ‘옷을 입고 잔 것 보니 아무 일은 없었나 본데’


자고 있는 재영을 바라본다. 편안한 모습으로 자고 있는 재영.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미주 : ‘역시 잘 생겼어.’


미주는 침대위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을 살짝 뻗어서 재영에 얼굴에 가져다 대었다.

점점 엉덩이를 뒤로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다가가는데

손가락이 재영의 볼에 닫는 순간 재영이 눈을 떴다.

놀란 미주는 손을 치우면서 자세가 앞으로 쏠리면서 재영 위를 눌러버린다.


재영 : (미주가 가슴을 눌러서) 억! 컥컥!

미주 : (황급히 자세를 고치면서 일어난다) 괜. 괜찮으세요.

재영 : (계속 켁켁 거리며) 켁! .

미주 : 죄송해요. 갑자기 놀라서...

재영 : (일어나 앉으면서) 왜 덮쳐요 근데...

미주 : (손을 흔들면서) 아니 아니에요. 덮치기는요. 호호호. 무슨 그런

       큰일 날 말씀을...

재영 : (당황하는 미주를 보며 살짝 웃으며) 이제는 날 쳐다보면서 말하네.

미주 : (다시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숙이려 한다) ...

재영 : (시계를 보더니 호들갑을 떨며) 뭐야 시간이 이렇게 되어...

       (침대를 뛰어내려 화장실로 달려간다)

미주 : (어이없는 표정으로) 뭐야. (자신의 손목시계를 본다) 아니...

       이게 몇 시야 (역시 허둥대며 서두른다) 


#31. 사무실 (늦은 오전)

 

재영과 미주가 함께 사무실에 출근을 한다. 시계는 10시 30분.

재영은 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그 뒤를

미주는 멋쩍은 듯이 따라가다 자신의 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웃으면서 주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손으로 인사해 본다.

주위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다 미주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한다.

철순은 미주를 쳐다보다가 재영의 방으로 간다.


#32. 재영의 방

 

철순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면서 방에 들어온다


철순 :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제 이작가랑 무슨 일 있었수?

재영 : (귀찮다는 듯) 무슨 일이라니. 무슨 일...

철순 : (손가락을 꼬면서) 그게 뭐... 밤에 그러니깐. 같이...

재영 :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밤에 아무 일 없었는데 어쩌지.

철순 : (못믿는다는듯) 정말. 말도 안돼. 여자랑 둘이서 밤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이 되냐. 아무 일 없었다는 게.

재영 : 내가 뭐?

철순 : 아니 그게 (머리를 만지며) 여자를 거부한다는 게.

재영 : 계속 함께 일해야 하는데 괜히 일을 만들어서 복잡하게 하고 싶냐?

       그렇다고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 봤냐. (박PD가 고개를 흔든다)

       좋아하다 금방 싫증나 헤어질 것 그런 짓 안한다는 게 내 신조인데.

철순 : 음~ (이해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로 만나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다 이거지. 근데 내가 보기에는 미주씨는 너한테 감정이...

재영 : (솔깃한 모습으로) 감정. 무슨?

철순 :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마치 애절한 짝사랑 같은...

재영 : (기분은 좋은 듯 웃으면서)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다들 모이라고나 해.

철순 : (경례를 하며) 옛! 썰!


박 PD가 나가자 재영은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통해 미주를 쳐다본다.

그리고 잠시 미소를 짓는다.

       

#33. 회의실

 

스크린이 꺼지고 회의실 불이 켜진다.


시현 : 이상 준비 사항입니다.

재영 : 좋아요.. 그럼 필요한 인원과 장비를 확실히 파악해서 보고서 올리고       

시나리오에 맞는 배역들 섭외하고 예산 설정해서 청구하고...

 

수용 : 네.


“똑똑”

 

선희가 두 명의 꼬마를 데리고 들어온다.

여자 어린이 손에 회사 홍보 종이를 남자 아이 손에는 저금통이 있었다.

다들 무슨 일인가 꼬마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재영에게 다가온 선희는 귀에 대고 뭐라고 전달하고 재영은 끄덕인다.


재영 : (친절하게) 안녕. 꼬마들. 무슨 일로 왔니. 

여자어린이 :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고 옆에 동생의 머리를

             붙잡고 숙이면서 억지로 인사를 시킨다)

재영 : 그래. 밖에 언니에게 부탁할게 있다고 하던데

여자아이 : 저 이거 보고 왔는데요. (잡지에서 찢어온 종이를 들어 보이며)

          우리 엄마, 아빠 헤어지는데 울지 말고 잘 헤어지게 해달라고...

철순 : (어이없다는 듯이) 허~. 애들아. 엄마하고 아빠하고 헤어지는 걸

       너희들이 나서면 안 되지. (화를 내면서) 아니. 참 나. 하다하다 별

       일을 다보네. 이젠 꼬맹이들이 와서 부모를 헤어지게 해달라고 하니.

수용 : 잠깐만요. (박 PD를 말리면서) 들어보자고요.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

재영 : (아이들을 향해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미안, 이야기 해줄래.

여자아이 : 우리 엄마가 아프거든요. 근데 의사 할아버지가 얼마 있다가

          죽을지 모른다고 (훌쩍이기 시작한다) 하늘나라 가면 엄마를 다시

          못 본다고 잘해주라고 하는데.. 훌쩍.. 근데 아빠가 계속 울면서..

          훌쩍.. 엄마도 맨날 울기만 하고.. 엉엉...


여자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고 울어버린다. 남자 아이도 따라 울기 시작한다.

미주가 얼른 아이들을 안아준다. 옆에 있던 선희도 아이들을 달래준다.


재영 : 우비서. 일단 데리고 나가서 달래줘요.

선희 : 네. (아이들을 챙기면서) 애들아 나가자. 이리오렴

재영 : (미주와 선희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고) 잘은 모르겠지만

선화 : (어린이가 떨어트린 종이를 집어 들면서) 이거 보고 찾아 왔나 봐요.

       (종이에 쓰인 글을 읽으면서) 행복한 이별의 추억을 남겨드려요.

예찬 : 홍보 문구 하난 정말 죽이는구먼.

재영 : 일단 자세한 것은 내가 알아볼 테니깐. 다른 분들은 이번에 맡은

       일에 신경 쓰세요. 그럼 다들 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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