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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카페 (늦은 오후)

 

남자는 물은 계속 마시고 있다.

여자는 물끄러미 남자를 쳐다본다.

여자를 역시 쳐다보는 남자.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남자 : 뭐야. 집이 여기였어.

여자 : 응.

남자 : 집이 저모양인데. 옷은 그리고 시계며 가방은 명품으로 바르고...

여자 : (시큰둥하게) 응.

남자 : 어이없네.. (한숨을 쉬면서) 다 짝퉁이였겠구만.

여자 : (웃으면서) 응.

남자 : 오호. 순순히 인정하네. (야비한 표정으로) 그래. 짝퉁이로 반반하게

      꾸며서 남자 하나 꼬셔서 인생을 한번 뒤집어 잘 살아보자였네.

여자 : (살짝 재려보면서) 내가 보니 너도 그런 것 같은데 뭐. 내가 돈 있어

      보이니깐 결혼하자고까지 매달리다가 이제 보니 아니다 싶은가 보지.

남자 : 허허.(기가 차다는 듯이)너랑 나랑은 다르지. 내가 너처럼 완전 개판

      오 분 전인 집안인줄 알아.

여자 : (아무 말 없이 무섭게 째려본다) ...

남자 : 큰 일 날 뻔했네. 완전 걸릴 뻔했구먼. 야야 (손으로 저리가라는 표시

      로 흔들면서) 가라. 가. 너하고 있으니깐 나까지 똘아이 되는 것 같아.

여자 : (심호흡을 하고) 그래. 내가 어떤 인간인지 널 확인해 보길 잘했지.

남자 : (잠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뭐. 뭐라고, 확인. (크게 웃으면서)

       하하하. 니깐게 무슨 확인.  푸하하

여자 : (비웃으면서) 많이 웃으셔.. 나도 즐거우니깐. 너 같은 쓰레기를 미리

      확인해서 껌으로라도 붙지 않게 했으니. 무지 시원해. 이 쓰레기야.

남자 : (화가 나는 듯) 이게. 보자보자 하니깐. 존심만 살아서.

여자 :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무전기를 풀면서) 이제 확인됐으니

      (카메라 쪽을 쳐다보면서) 이만 끝내죠. 

남자 : (여자가 하는 행동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뭐.. 뭐야.


카페 안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스텝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남자 : 뭐야. (주위 스텝들에게) 당신들 뭐야.

여자 : (테이블에 물 잔을 집어 들고) 야. 정신 차려. (물을 남자머리에

       부어 버린다)


남자는 머리가 물에 젖자 화를 내며 여자에게 달려들려고 하다가 경호원들

에게 제압을 당한다. 그 모습을 스텝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23. 술집 (그날 밤)

 

술병이 여러 병 비어져 있다.

약간은 혀가 꼬인 철순은 빈 술병을 들고는 웨이터를 부른다.

재영은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용 : 역시 실장님은 대단하세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재영 : 흠. (살짝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칭찬으로 듣지.

철순 : 야! 그게 무슨 칭찬이냐! 욕이지. (수용을 껴안으면서) 맞지 욕한 거.

수용 : (화들짝 놀라며) 아. 아니에요. 욕은 무슨. 존경한다는 뜻이지요.

선화 : 오늘 같은 일은 속이 시원해요.

예찬 : 맞아. 돈만 보고 여자를. 저런 놈에게 걸렸으면 어쩔 뻔했어

시현 : 그러게 우리에게 무지 고마워 할 거야.

철순 : 쯔쯔. (혀를 차며) 어찌 보면 다 불쌍해.

선화 : 뭐가요.

철순 : 우리한테 당한 인간들 말이야. 알지도 못한 채 차이는 거잖아.

       쉽게 말해 제거해 주는 거지 뭐야

시현 : (손뼉을 치며) 그 말 맞네요. 제거!  그동안 우리가 제거한 인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때 그 누구더라 작년 겨울에 딴 남자랑 결혼하게

       애인과 헤어지게 해 달랬던... (기억해 내려는 듯 머리를 쥐면서) 

철순 : (잠시 생각하다) 김.김. (생각 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김철규.

       (술 한 잔 마신 뒤)카아~. 그 인간말야. 15년간 여자 뒷바라지만

      죽으라고 다 해주었더니만 그 여자가 부자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고 헤어지자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누구 덕분에

      대학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는데 말야.

선화 : 그런 스토리가 실제로 있었어요.

예찬 : 선화씨가 아직 얼마 안 되어서 모르나 본데 별 인간들 다 있어요.

철순 : 그러니깐 그 친구를 스토커로 만들어서 여자가 헤어지게 해달라고

       했지. 아마. (흥분한 목소리로) 그 사람을 한방에 보내려고 경찰에

       신고까지 해서 처리했을 껄...

선화 : 우리가 그럼 나쁜 여자 편이었네. 남자를 완전히 망가지게 하는...

철순 : (흥분한 채로) 그렇지, 우리가 그때 그 착한 사람을 우리가 어찌나

       힘들게 만들었는지 말이지 끝내 병원에 갔지. 정신병원...

재영 : (철순의 어깨를 누르며) 흥분하지 말고. 다들 흥분하잖아.

철순 : (머쓱한 표정으로) 알았어. 야들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해라. 

미주 : (재영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실장님, 괜찮으세요.

재영 : 뭐가.

미주 : 아니에요.

선희 : (담담한 목소리로) 그게 잘못인가요. 그런 의뢰를 하는 인간들도

      있는데... 우리는 일을 할 뿐이에요. 안 그래요.

철순 : (선희의 목소리에 금방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맞습니다. 선희씨 말이

      백번 지당하지요. 당연히 그딴 일을 의뢰하는 것들이 문제지요.

예찬 : 그래도 (술 한 잔 마시고) 으~ 만약 저라면 그 사실을 알면 아마

      자살할 거예요.

선화 : (예찬을 꼬집으면서) 별 말씀을 다하세요. 우리 팀 훈 몰라요.

     “맡은 일은 충실, 끝난 일은 무시”

     (술잔을 들면서) 자 건배나 하자구요. 또 한건 확실히 했으니깐.

철순 : (분위기를 살피더니) 그래. 그래. 이제 다 끝났는데. 우리 마시자고.


철순은 분위기를 살리려 건배를 한 뒤에 머리위에 잔을 털어본다.

직원들도 따라 해본다. 재영도 살짝 웃는다.


#24. 술집 앞

 

직원들은 인사를 하고 가버리고 재영과 미주, 철순과 선희만 남았다.


철순 : (약간 풀린 눈으로) 이미주.

미주 : 예. (약간 술기운이 있는지 몽롱한 표정으로) 왜요.

철순 : 우리 미주가 집이 마포 쪽이지. 아마

미주 : 네. 그런데요..

철순 ; 잘 됐네. (미주를 잡고는 재영 옆에 세우면서) 이 녀석도 집이

      공덕이니깐 미주씨가 좀 챙겨서 중간에 내려놓고 가면 되겠다.

선희 : (재영의 팔은 당기며) 아니에요. 실장님은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철순 : (손과 고개를 흔들면서) 아니, 아니죠, 선희씨는 집이 강남인데

      그러면 반대방향인데. 나도 강남이니깐 내가 모셔다 드릴께요.

선희 : 괜찮습니다. (재영을 부축하려고 한다)

재영 : (선희를 밀어내면서) 아니야. 우비서는 이 친구랑 같이 가.

       날 챙기기는 (팔을 날갯짓하며) 아직 생생한데 뭐. 그리고 여기

       미주씨도 있쟎아. (미주 어깨에 손을 얻으며) 그지.

미주 : (화들짝 놀란다) 예. 뭐. 그럼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철순 : (떨어진 미주를 붙잡아 다시 붙여놓으면서) 그럼 되겠네...

       이만 늦었으니 우리 먼저 갈게 조심히 들어가...

재영 : 그래. 알았어. 가라.

선희 : (자세를 고쳐 잡고는)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미주 : 내일 뵙게 습니다.


선희가 뒤 돌아 선다. 철순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선희를 따라 간다.


#25. 정류장 앞

 

재영은 의자에 앉아있고 미주는 서서 차를 기다린다.


재영 : 우리 딱 한잔 더 할까.

미주 : 예 (약간 못 마땅한 표정으로) 또요.

재영 ; 왜 싫어.

미주 : 아니 넘 늦어서...

재영 ; 그럼 우리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지. 어때.


재영이 택시를 잡는다.

미주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재영에 손에 이끌려 간다.


#26. 재영의 집

 

재영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낸다.

미주는 현관에 서 있다. 재영은 맥주와 안주거리를 식탁위에 올려놓는다.


재영 : 들어오지 않고 뭐해요.

미주 : (멋쩍은 듯이) 네. 처음이라서.

재영 : 뭐가.

미주 : 예? 뭐가요?

재영 : 처음이라니. 뭐가

미주 : (얼굴이 빨개진다) 그게, 이렇게 남자 집에 오는 것이...

재영 : 하하하! 남자 집에 처음 오는 거에요.

미주 : (고개를 숙이며) 네. 첨인데...

재영 : 나도 처음이에요.

미주 : (살짝 고개를 들면서) 뭐가요.

재영 : 우리 집에 여자가 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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